변호사 칼럼
전세보증금 날리고 빚만 남은 신혼,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전세금은 사라지고 빚만 남았을 때
2026. 06. 19 · 최종 업데이트 2026. 07. 01
결혼식 사진을 아직 인화도 못 했는데 전세 보증금이 통째로 묶였다는 연락을 받은 부부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집주인은 연락이 끊겼고, 보증금은 돌려받을 길이 막막한데, 두 사람이 함께 갚기로 한 전세자금대출은 매달 또박또박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전세보증금 날리고 빚만 남은 신혼의 가장 잔인한 지점은, 잃은 돈은 내 잘못이 아닌데 남은 빚은 온전히 내 몫이 된다는 데 있습니다.
그날 두 사람이 가장 먼저 물은 건 “이게 정리가 되긴 하느냐”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됩니다. 다만 사람마다 갚게 되는 금액이 다르니, 신청을 결심하기 전에 회생으로 얼마나 줄지 가늠해보면 막연한 불안이 한결 줄어듭니다.
전세금은 사라졌는데, 대출은 왜 그대로일까
많은 분이 헷갈려하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전세 사기를 당하면 보증금 채권, 그러니까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회수가 어려워질 뿐입니다. 문제는 그 돈을 마련하려고 받은 전세자금대출입니다. 은행 입장에서 사기 피해는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일일 뿐, 대출을 갚을 의무는 그대로 빌린 사람에게 남습니다.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임차권등기, 전입·확정일자, 통지 절차 같은 요건을 놓치면 보장이 막히기도 합니다. 보증보험으로 일부 회수가 되더라도 대출 원금에 못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고, 그 차액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습니다. 여기에 생활비를 카드로 돌려 막기 시작하면 채무가 빠르게 불어납니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닌데”라는 마음부터
상담을 하다 보면 빚 자체보다 자책에 더 짓눌린 분들을 자주 봅니다. 부모님이 보태준 돈, 결혼 자금, 두 사람이 몇 년 모은 종잣돈이 한꺼번에 사라졌으니 당연한 감정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자책이 가장 위험한 건 ‘신청 타이밍’을 늦추기 때문입니다.
버티려고 카드 대출과 현금서비스로 시간을 끄는 동안 채무 총액이 불어나, 정작 회생을 시작할 때 변제금이 더 무거워지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습니다. 빚이 도덕적 실패가 아니라는 이야기는 위로가 아니라 실무적인 조언입니다. 이 부분은 빚은 도덕적 실패가 아니라는 변호사의 이야기에서 좀 더 풀어 두었으니 마음이 무거운 분이라면 함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보증금 떼인 채무, 개인회생으로 정리되나
전세자금대출이든, 그걸 메우려 끌어다 쓴 카드빚이든, 갚아야 할 빚이라는 점에서 개인회생의 대상이 됩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일정한 소득이 있고 빚이 감당 범위를 넘었다면, 법원이 정한 기간 동안 가용소득으로 나눠 갚고 나머지를 면책받는 길이 열립니다.
다만 변제금은 사람마다 크게 다릅니다. 두 사람의 소득, 부양가족 수에 따른 최저생계비, 그리고 가진 재산의 청산가치에 따라 갈립니다. 누군가는 원금의 상당 부분을 갚기도 하고, 누군가는 부담이 크게 줄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보장된 수치는 없습니다. 실제 계산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변제금이 실제로 얼마나 정해지는지를 보면 감이 잡힙니다.
신혼이라 더 엉키는 것들
신혼부부 사건은 혼자일 때보다 변수가 많습니다.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건 ‘누구 명의의 빚인가’입니다. 전세자금대출이 한 사람 명의면 그 사람만 회생 신청을 할 수도 있지만, 배우자가 공동명의이거나 보증을 섰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개인회생은 부부가 함께 신청하는 제도가 아니라 각자의 빚을 각자 정리하는 절차이지만, 배우자의 소득과 재산이 변제금 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부부 중 한 명만 신청해도 가구 전체 소득과 청산가치가 검토 대상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배우자가 보증을 선 채무가 있다면 따로 정리가 필요할 수 있는데, 이건 남의 빚을 떠안은 보증채무 정리 쪽을 참고하면 도움이 됩니다.
또 하나, 신혼은 모아둔 재산이 적은 시기라 청산가치가 낮게 잡혀 변제 부담이 가벼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잃은 게 많아 더 막막하지만, 역설적으로 회생 설계에서는 운신의 폭이 넓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지금 무엇부터 하면 될까
제가 부부들에게 늘 강조하는 순서가 있습니다. 첫째, 보증보험과 임차권등기,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제도부터 확인해 회수할 수 있는 돈은 끝까지 챙기는 것. 둘째, 그래도 남는 빚의 규모와 소득을 정리해 회생 가능성을 가늠해 보는 것. 이 둘은 순서가 바뀌면 안 됩니다.
받을 수 있는 보상은 최대한 받고, 그래도 남는 빚만 회생으로 정리하는 것이 신혼부부에게 가장 손해가 적은 길입니다. 처음 만났던 그 부부는 보증보험으로 일부를 회수하고, 남은 채무로 회생을 진행해 지금은 두 사람의 월급으로 감당 가능한 변제 계획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시작이 끝이 아니라는 말을, 그때 그 부부의 표정에서 다시 배웠습니다.
잃은 돈을 되돌릴 수는 없어도, 빚에 짓눌린 채 신혼을 흘려보내지 않을 방법은 분명히 있습니다. 막막할 때일수록 숫자를 먼저 확인하는 것, 그게 두 사람이 다시 같은 방향을 보게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전세금 떼인 신혼, 정리 순서
- 01피해 보상 확인
보증보험·임차권등기·피해자 지원제도로 회수 가능한 돈부터 챙깁니다
- 02남는 빚 정리
보상으로도 메워지지 않는 대출·카드빚 규모를 합산합니다
- 03소득·재산 점검
부부 소득과 청산가치를 정리해 회생 가능성을 가늠합니다
- 04변제 계획 설계
감당 가능한 변제금으로 신청 여부를 결정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전세 사기로 보증금을 잃었는데, 받은 전세자금대출도 면책받을 수 있나요?
전세자금대출도 갚아야 할 채무이므로 개인회생이나 파산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보증보험으로 회수 가능한 금액이 있다면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이며, 남는 채무 규모와 소득에 따라 정리 방법이 달라집니다.
부부 중 한 사람만 개인회생을 신청할 수 있나요?
개인회생은 각자의 채무를 각자 정리하는 절차라 한 사람만 신청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배우자의 소득과 가구 재산이 변제금 산정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배우자가 보증을 선 빚이 있다면 별도 검토가 필요합니다.
개인회생 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법원에 내는 실비는 인지대 3만 원 안팎과 송달료, 회생위원 예납금 30만 원 안팎을 합쳐 대략 40만~60만 원 수준입니다. 여기에 변호사 수임료가 더해져 통상 250만 원 이상에서 시작하며, 채권자 수와 소득 구조 등 난이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정확한 금액은 무료 상담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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